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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그깟 혈압 좀 높다고? 내 몸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by 아톰K 202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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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랬을까, 지금도 후회합니다

처음 혈압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저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냥 스트레스 받았던 날이었을 거라고, 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의사는 약을 처방했고, 저는 거절했습니다. 아직 젊었고, 운동도 하고 있었으니까요. 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니었고, 통증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잠잠한 지진의 전조 같았습니다. 진짜 무서운 건, 아무런 경고 없이 터졌습니다.

뿌연 시야 속, 내 눈이 먼저 망가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왼쪽 눈이 뿌옇게 보였습니다. 눈을 비벼도, 세수를 해도 맑아지지 않는 시야. 안과에 갔더니 “망막혈관이 터졌다”고 했습니다. 그게 고혈압 때문이라는 말에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고혈압성 망막병증이네요.” 이 짧은 한마디가 제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찼을 때

눈이 회복되기도 전에, 또 이상한 느낌이 찾아왔습니다. 퇴근길 계단을 오르다 갑자기 숨이 가빠졌고, 가슴이 뻐근했습니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불안해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심장 초음파에서 ‘좌심실비대’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고혈압으로 심장이 두꺼워졌다는 말에 머리가 띵했습니다. 그 상태가 오래 가면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이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말이 어눌해지고 팔이 마비됐을 때

새벽이었습니다. 화장실을 가려다 갑자기 오른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이 바닥에 떨어졌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얼굴 한쪽이 무겁고 이상했습니다.

그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갔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습니다. “고혈압을 오랫동안 방치해서 뇌혈관이 막혔네요.” 재활치료실에서 거울을 보며 왜 그때 약을 거부했는지, 왜 그렇게 무모했는지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소변이 줄고 몸이 붓기 시작했을 때

재활치료를 받던 중, 또 하나의 문제가 찾아왔습니다. 피검사 결과가 이상하다는 말을 들었고, 신장 수치가 비정상적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만성신장질환, 고혈압으로 신장이 망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소변이 줄고 몸이 붓기 시작했습니다. 입맛도 없고 피로가 쉽게 왔습니다. 조용히 망가지는 장기, 바로 신장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이제야 두려움이 아닌 절망이 밀려왔습니다.

망가진 몸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후회’였습니다

이 모든 고통을 겪고도, 무엇보다 제일 괴로웠던 건 ‘후회’였습니다.
약을 제때 먹었다면,
식단을 조금만 조심했다면,
그 흔한 혈압계 하나 사서 수시로 재봤다면…

이 모든 건 막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흔한 ‘생활습관병’ 하나 때문에,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이제는 매일이 전쟁입니다

약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복용합니다. 염분은 극단적으로 줄였습니다. 국은 먹지 않고, 간은 최대한 하지 않습니다. 매일 만 보 이상을 걸으며 체중을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명상도 합니다.

그렇지만 예전의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심장도, 뇌도, 눈도, 신장도 상처를 입었습니다. 지금은 그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버티는 중입니다.

당신은 저처럼 되지 않기를

혹시 지금 혈압이 높다고 말 들었지만, 그냥 넘기고 있나요?
당신은 괜찮다고 생각하나요?
약을 먹는 게 두렵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고혈압은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당신의 몸을 무너뜨립니다.

오늘이 그 시작이 되지 않도록, 꼭 관리하세요. 당신의 눈이, 심장이, 뇌가, 신장이, 그리고 당신의 삶 전체가 망가지기 전에 말입니다.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나는 아닙니다.”

지금도 저는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일할 수 없고, 예전처럼 말할 수 없고, 예전처럼 뛰지 못합니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당신만은 제 길을 따라 걷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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