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멀쩡했는데 몸속은 아니었다
나는 말라 보이는 체형이다. 겉으론 건강해 보였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어느 날 정기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고,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기준치를 훌쩍 넘긴 결과를 받았다. 평소 기름지고 짠 음식을 좋아하던 습관이 부메랑처럼 돌아온 순간이었다.
약 처방? 아직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약 처방을 권했다. “이 수치면 바로 약 드셔야 해요.” 하지만 나는 망설였다. 가족 중에도 고지혈증 약을 평생 먹는 사람이 있었기에, 시작이 곧 평생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약 없이 나아질 방법은 정말 없을까, 고민이 시작됐다.
우연히 찾은 한의원, 처음 듣는 이야기
그러다 우연히 집 근처에 새로 생긴 한의원 간판을 보게 됐다. ‘성인병 개선 한약 전문’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을 받아봤다. 한의사는 내가 평소 어떤 음식을 먹는지, 수면은 어떤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까지 세세히 물었고, 이렇게 말했다.
“고지혈증은 단순히 기름진 음식 때문만이 아닙니다. 간 기능, 소화, 수면, 스트레스가 모두 영향을 줍니다. 몸의 흐름을 먼저 바로잡아야 합니다.”
쓴맛 속에 숨겨진 변화의 시작
처방된 한약은 탕약 형태였다. 하루 두 번 정해진 시간에 복용해야 했고, 입에 착 달라붙는 쓴맛은 처음엔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며칠만에 달라진 건, 나의 몸이었다. 속이 덜 더부룩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훨씬 수월해졌으며, 두통도 줄었다.
식단도 바꿨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대신, 채소와 생선, 현미밥 위주로 구성했다. 커피 대신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고, 야식을 끊었다. 몸이 한약과 새로운 리듬에 적응하는 게 느껴졌다.
두 달 만에 바뀐 혈액검사 수치
두 달 뒤, 다시 병원을 찾았다. 피검사 결과를 본 의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수치가 거의 정상인데요? 식이요법만 하신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속으론 웃고 있었다. 한약, 식단, 걷기 운동이 함께 만든 결과였다. 나는 결국 약 없이 고지혈증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습관의 힘
그 뒤로도 한약은 간헐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이제는 치료보다 유지와 예방 차원이다. 하루 30분 걷기, 식사량 조절, 스트레스 관리. 이 모든 것이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무엇보다 건강에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처럼 무심하게 내 몸을 방치하지 않게 됐다.
고지혈증, 약 없이도 잡을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 고민 중일 수 있다. 약을 먹을까, 말까. 무조건 한 가지 방법만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한약을 통해 몸의 흐름을 바로잡고, 생활 습관을 개선해보는 것도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고지혈증은 돌이킬 수 없는 병이 아니다. 나처럼 조금 느리더라도, 근본부터 바꾸면 몸은 분명히 반응한다. 약 없이도 수치는 내려갈 수 있고, 당신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