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오래 가는 감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목이 칼칼하고 기침이 멈추지 않아도 워낙 그 당시 촬영 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 줄로만 여겼죠. 공기가 탁하고 먼지가 자욱한 실내에서 하루 종일 조명 아래에서 일하는 건 흔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기침은 그날 이후로 몇 달 동안이나 계속됐습니다. 밤에는 특히 더 심했어요. 누웠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겨우 잠이 들면 다시 숨이 막히는 느낌으로 깼습니다. 그렇게 불편한 밤이 몇 주, 몇 달을 이어지다 결국 한밤중에 숨이 아예 쉬어지지 않는 공포를 겪게 됐죠.
응급실에서 듣게 된 낯선 병의 이름
결국 119를 불러 응급실에 실려갔고, 그곳에서 처음 듣게 된 단어는 바로 ‘천식’이었습니다.
‘설마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운동도 즐기고, 건강에는 꽤나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죠. 하지만 그건 현실이었습니다. 의사는 오랜 시간 나쁜 공기 속에서 촬영을 강행한 것이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흡입기를 처방받고, 병원에서 일주일간 산소 마스크를 끼고 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가방 속 ‘작은 기계’가 내 삶을 바꿨습니다
그날 이후로 제 가방 속엔 늘 흡입기가 들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겐 평범한 의료 기기일지 모르지만, 제게는 삶의 중심이자 안전벨트 같은 존재입니다. 특히 공기가 탁한 촬영 현장이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이 흡입기가 없으면 불안하죠. 촬영 중에도 컨디션이 조금만 이상하면 바로 꺼내어 사용합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무대와 현장을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천식, 그냥 기침하는 병이 아닙니다
천식은 단순히 기침만 나오는 병이 아닙니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으면 기관지가 수축되면서 호흡 자체가 어려워지고, 심하면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나쁜 공기, 화학 물질, 먼지, 향수, 페인트 냄새 등 예민한 기관지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일상 곳곳에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발작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감과 늘 함께 살아야 하죠.
병을 너무 늦게 알았던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사실 천식은 조금만 빨리 알았더라면, 지금처럼 평생 약을 달고 사는 상태는 피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기침이 한두 주 정도 계속되면 감기라고 생각하고 넘기기 쉽지만, 3주가 넘어서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저도 그렇게 3개월이나 버티다 결국 응급실 신세를 지고서야 병명을 알게 됐으니까요. 그 시간 동안 몸은 점점 나빠졌고, 결국 만성으로 굳어져버린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약을 쓰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천식을 앓고 있는 많은 분들이 흡입기를 쓰는 걸 창피해하거나, 다른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단언컨대, 흡입제는 내 숨을 살리는 기적 같은 존재입니다. 지금도 저는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약 덕분에 말이죠. 병이 있다고 해서 인생이 멈추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병과 함께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환경을 바꾸기 어렵다면, 나를 먼저 지켜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만 일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직업적으로 위험 요소가 많은 분들—예를 들어 청소노동자, 미용사, 건축현장 근로자, 그리고 저처럼 공연과 촬영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노출을 피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조기에 진단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환경을 바꾸기 어렵다면, 나 자신을 먼저 보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필요한 약을 챙기고, 증상을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대처법을 아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이 병이 있어도 인생은 계속됩니다
천식이 있다고 해서 무대에 설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숨이 차고, 힘들 때도 있지만 여전히 제 삶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감기 같은 사소한 증상도 쉽게 넘기지 않게 되었고, 건강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늦게 알게 되어 후회하지 않도록,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
천식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만 있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이 당신을 정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그저 가방 속 작은 흡입기 하나가 당신을 지켜주는 조용한 동료가 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