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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발가락 썩는다는데도 피자 시켰던 내 모습결국 병원에서 그 말을 들었습니다

by 아톰K 202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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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그냥 단 걸 좀 줄이면 된다고요?

처음 당뇨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저는 정말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의사가 혈당이 좀 높다고 하길래 ‘나이 들면 다들 그러지 뭐’ 하며 웃고 넘겼습니다. 당장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었고, 겉보기엔 멀쩡했으니까요. 당뇨는 말 그대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제 몸을 안에서부터 망가뜨리고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 약을 거르고, 야식도 먹고, 운동은 귀찮다고 미뤘습니다. 병이라는 건 느껴지지 않으면 그냥 없는 거라고 착각했습니다. 그 착각이 얼마나 큰 대가로 돌아오는지, 저는 몇 년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발바닥 물집 하나가 인생을 바꿨습니다

어느 날, 발에 물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낫질 않더군요. 오히려 진물이 나고 붓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표정이 굳더니 말했습니다. “혈액순환이 안 돼서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겁니다. 더 심해지면 절단도 고려해야 합니다.”

절단이란 말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당뇨발’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당뇨병이 신경과 혈관을 망가뜨리면 작은 상처도 쉽게 낫지 않고, 감각이 무뎌져서 더 악화되기 전까지 느끼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그 후로도 이상한 일은 계속됐습니다. 운전 중에 전방이 겹쳐 보이고, 글자가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안과를 찾았더니 의사가 말했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이 진행 중입니다. 실명 위험도 있습니다.”

눈 안쪽의 미세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생기는 무서운 합병증이었습니다. 저는 급히 레이저 치료를 받고 한쪽 눈은 다행히 지켰지만, 다른 한쪽은 아직도 뿌옇게 보입니다. 지금도 밤에는 운전을 못 합니다. 시력을 점점 잃어간다는 두려움은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신장도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나왔습니다. 소변에 단백뇨가 계속 나오고 있었고, 신장 기능이 많이 저하된 상태였습니다. 의사는 저에게 투석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장은 평소엔 아무 증상 없이 버텨주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무너져버린다고 합니다.

그제야 저는 밥 짜게 먹던 습관을 끊고, 식단을 통째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살을 빼고 식이조절을 하며 간신히 버텨오고 있지만, 언제든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이 늘 따라붙습니다.

가슴이 쥐어짜듯 아팠던 그날

마지막 경고는 심장에서 왔습니다. 여름날이었고,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턱 막히더군요. 응급실에 실려갔고,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뇨가 심장 혈관까지 망가뜨린 것입니다. 응급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보내며, 저는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약을 챙기고 혈당을 확인합니다. 운동을 빼먹지 않고, 먹는 것 하나에도 신경 씁니다. 하지만 이미 손상된 몸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당뇨병은 돌이킬 수 없는 병입니다.

결국 내가 만든 지옥이었습니다

이 모든 합병증은 하루아침에 찾아온 게 아니었습니다. 조금씩 무너지는 몸의 신호를 제가 외면한 결과였습니다. ‘나는 괜찮겠지’, ‘설마 나한테까지 그런 일이 생기겠어?’ 하는 착각과 방심이, 결국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겁니다.

지금 당뇨 진단을 받고도 ‘그냥 단 거 조금만 줄이면 돼’라고 생각하신다면,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발 지금부터 조심하세요. 피자는 나중에도 먹을 수 있지만, 발가락은 한 번 자르면 끝입니다. 시력도, 신장도, 심장도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는 매일 약을 열 가지 넘게 먹고, 발을 살피고, 눈을 자주 닦습니다. 하지만 이 고통이 누군가에게 경고가 된다면, 그래서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몸을 지키게 된다면, 저는 기꺼이 이 이야기를 계속 전할 것입니다.

제발 제 이야기를 그냥 흘려듣지 말아 주세요. 당뇨병은 생각보다 훨씬 무섭고, 합병증은 정말로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지금, 조금만 조심하면 지킬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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