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라는 기쁨 속에서 누구나 꽃길만 걸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입덧이 가라앉을 줄 알았던 임신 중반에 오히려 더 심해졌고, 위산 역류로 인한 마른기침과 가래가 나를 망가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감기도, 예민함도 아니었습니다. 진짜로 숨이 막히는 순간들이 찾아왔습니다.
감기인 줄 알았다가 오열했다
처음에는 그저 감기일 줄 알았습니다. 목이 따끔거리고 간질거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기침은 깊은 잠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밤마다 목 깊숙이 가래가 끓고, 누울 때마다 속에서 불덩이가 올라오는 느낌에 시달렸습니다. 입덧이 입안에 위산을 남기고 간 밤이면, 목이 헐고 피까지 비쳤습니다.
병원에서 마주한 위산 역류
산부인과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자 단번에 “위산 역류입니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위가 자궁에 눌리고 호르몬 변화로 인해 위산이 식도 위로 올라온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말은 쉬워 보였지만, 나는 지금 하루에도 수십 번 헛기침을 하며 목 안쪽이 녹는 고통을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침과 가래를 멈추기 위해 시작한 작은 노력들
자세부터 고쳐봤습니다
베개를 두세 겹 쌓아 상체를 높이고, 자는 자세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기대듯 눕는 자세가 위산을 덜 올라오게 했습니다.
식사는 정말 조금씩 자주
과식을 줄이고 하루 식사량을 여러 번 나누어 먹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부드럽고 따뜻한 음식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피해야 할 음식은 미련 없이 끊었습니다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 커피, 초콜릿, 탄산음료는 단칼에 끊었습니다. 대신 감자, 고구마, 바나나처럼 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을 주로 먹었습니다.
따뜻한 꿀물이 은근히 좋았습니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나올 듯 말 듯한 밤, 따뜻한 꿀물을 마시면 확실히 진정 효과가 있었습니다. 꿀은 목 점막을 보호하고 위산 자극도 완화해줬습니다.
이 기침, 태아에게 해롭진 않을까?
끊이지 않는 기침이 배 속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늘 마음 한켠에 있었습니다. 다행히 의사에 따르면 기침 자체가 태아에게 직접적인 해를 주지는 않지만, 엄마의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에 책임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약을 먹어야 하나? 망설임 속의 선택
기침과 위산 역류가 심각했기에, 결국 의사의 처방을 받아 임산부도 복용 가능한 제산제를 사용했습니다. 함부로 약을 먹을 수는 없으니 모든 선택은 산부인과를 통해 했습니다. 다행히 속쓰림이 크게 줄었고, 기침도 조금은 진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숨을 쉴 수 있게 됐습니다
완전히 나아지진 않았지만, 위산 역류와 기침으로 지옥 같던 날들에서 이제는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건 나 자신을 돌보는 작은 변화들 덕분이었습니다. 자세 하나, 음식 하나, 습도 하나가 정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몸소 깨달았습니다.
혹시 당신도 숨이 턱 막히는 임신 중이라면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누군가가 저처럼 임신 중 기침, 가래, 위산 역류로 괴롭고 무력한 순간을 겪고 있다면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건 절대 흔한 증상이라며 참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엄마의 건강이 아이의 첫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몸의 이상 신호에 민감해지세요.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리고 절대 혼자 참고 견디려 하지 마세요. 그건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