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한마디
“혈압이 좀 높으시네요.”
처음 병원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워낙 흔하게 듣는 이야기였고, 아직 젊다는 착각 속에 약도 거절했습니다. 운동 좀 하고 짜게 안 먹으면 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여 있었죠. 그때 이미 제 몸속에서는 조용한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시간을 세고 있었던 겁니다.
흐려지는 시야, 그때서야 느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침에 일어나면 눈앞이 뿌예졌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피로려니 했지만, 갑자기 운전 중 신호등 색깔이 구분되지 않았을 때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병원에서 들은 건 ‘고혈압성 망막병증’. 고혈압이 눈의 혈관을 망가뜨려 시력을 해친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이미 시야는 예전 같지 않았고, 회복도 불가능하다는 말에 허탈했죠.
바닥에 쓰러지고 나서야 시작된 후회
집 욕실에서 머리를 감다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깨어난 저는 한쪽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뇌출혈. 혈압이 높아진 채로 방치된 결과였습니다. 재활치료를 받으며 천천히 회복했지만, 오른쪽 손과 다리는 여전히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콩팥이 망가져도 처음엔 아무 느낌이 없었습니다
몸이 쉽게 붓고, 소변 색이 진해졌습니다. 평소보다 유난히 피곤하다는 느낌도 있었죠. 검사를 받고 들은 진단은 ‘고혈압성 신장질환’. 혈압이 높아지면 신장의 혈관까지 망가지고, 결국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상태가 악화되면 투석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정말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심장이 조이듯 아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가슴이 갑자기 눌리는 듯 아프고, 팔 저림까지 느껴졌을 때 저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검사를 받고 받은 결과는 협심증.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져 발생하는 질환이었습니다. 스텐트 시술을 받고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다시는 예전처럼 살 수 없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고혈압, 조용한 살인자가 따로 없습니다
제가 겪은 고혈압 합병증만 해도 눈, 뇌, 신장, 심장까지 모든 장기를 망가뜨렸습니다. 고혈압은 초기에 아무 증상도 없기 때문에 방심하게 만들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참혹합니다. 무심코 넘긴 한마디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비극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분이 혈압이 높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에 가십시오. 약을 시작하세요. 음식 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하십시오.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정말 위험합니다. 저는 그 생각 하나 때문에 삶의 질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저는 매일 아침 약을 먹으며, 식단을 기록하고, 혈압계를 꺼내 수치를 확인합니다. 남들에겐 평범한 일이지만 저에겐 생존과 직결된 행동입니다. 이 글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고혈압을 무서운 병으로 인식하고 행동을 바꾼다면, 제 고통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고혈압은 절대 가벼운 병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조심하십시오. 지금이라도 시작하십시오.
살아있는 동안 몸이 살아있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