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안압만 낮추면 괜찮은 걸까? 저안압녹내장보다 더 안전한 걸까? 안압 감소율 50%의 의미와 장기 예후까지 알아봅니다.
고안압 녹내장 진단 후, 안압을 15로 유지 중입니다
저는 몇 년 전 정기 안과 검진에서 안압 30 이상으로 측정되어 녹내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엔 시야검사, 시신경 검사, 각막두께 검사까지 다 진행했고, “초기지만 확실한 손상이 있다”고 설명을 들었어요. 다행히 빠르게 점안약 치료를 시작했고, 지금은 양쪽 안압 모두 15 전후로 유지되고 있어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지금처럼 15 정도의 안압이면 괜찮은 걸까?”
“저안압녹내장이 더 위험하다는데, 나는 고안압이었으니까 오히려 낫다고 봐야 하나?”
“인터넷에 보니 안압을 ‘50% 이상 감소’시키는 게 핵심이라던데, 그게 진짜 중요할까?”
녹내장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 꾸준히 관찰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겪은 고안압 녹내장과 관련해, 안압 수치만으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지, 또 저안압녹내장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1. 고안압 녹내장이란? 안압 수치보다 ‘시신경 손상’ 여부가 핵심입니다
녹내장은 ‘눈 속의 압력’인 안압(Intraocular Pressure)이 올라가면서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보통 정상 안압은 10~21mmHg이며, 그 이상을 고안압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안압만 높다고 무조건 녹내장은 아니고, 반대로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면 녹내장일 수 있습니다. → 이게 바로 저안압 녹내장(Normal-Tension Glaucoma, NTG)입니다.
안압 수치가 아닌 시신경 손상의 유무와 진행 속도가 진단과 치료의 핵심입니다.
2. 현재 안압이 15라면 괜찮은가요?
단순히 '지금 안압이 15'라는 숫자만으로는 예후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 원래의 안압이 몇이었는지
- 시신경이 얼마나 손상됐는지
- 시야 결손이 얼마나 있는지
-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
- 원래 안압이 30 이상 → 현재 15 → 50% 이상 하강 → 치료 잘 반응
- 원래 안압이 19였는데 15 → 20% 이하 하강 → 저안압녹내장이라면 불충분할 수 있음
3. “안압을 50% 이상 떨어뜨려야 안정된다”는 말의 진짜 의미
의학적으로도 ‘녹내장 진행을 막기 위해 목표 안압을 설정해야 한다’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 초기 녹내장은 25~30% 정도 하강
- 진행 속도가 빠르거나 손상이 심한 경우엔 40~50% 이상 하강을 목표로 잡습니다.
특히 고안압 녹내장 환자의 경우 👉 안압을 기존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뜨리면 시야 손상이 안정되는 경향이 큽니다. 이는 Collaborative Normal-Tension Glaucoma Study 등의 대규모 연구에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즉, 지금 안압이 15라도, 원래 안압이 30이었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치료일 수 있는 거예요.
4. 저안압녹내장이 오히려 더 관리하기 어려운 이유
저안압녹내장은 안압이 20 이하인데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유형입니다. 이런 경우엔 단순한 안압 조절만으로는 진행을 막기 어렵습니다.
- 안압 하강 효과가 크지 않음
- 시신경이 더 예민하게 반응함
- 안압이 낮아도 혈류 부족 등으로 손상될 수 있음
그래서 저안압녹내장은 → 더 엄격한 안압 목표 (예: 10~12mmHg 이하) → 혈류 개선 치료 → 더 빈번한 시야검사와 OCT 추적 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5. 지금 상태가 ‘괜찮다’고 보기 위해 확인해야 할 것들
지금 안압이 15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하긴 이릅니다. 다음 항목들을 주기적으로 체크하세요:
- ✅ 과거 대비 안압이 얼마나 낮아졌는가?
- ✅ 시신경(Optic nerve) 손상이 더 이상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 ✅ 시야검사(Visual field test) 결과가 안정적인가?
- ✅ OCT 검사에서 시신경섬유층 두께(RNFL)가 일정한가?
- ✅ 좌우 눈의 시신경 모양이나 시야 결손이 비대칭적이지 않은가?
이 모든 항목이 1년 이상 안정적이라면, 지금의 치료는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경험담) “안압만 낮춘다고 끝이 아니었어요. 시야검사 결과를 보면서 긴장했죠.”
처음엔 안압만 신경 썼어요. 약 넣고, 안압이 14~16 나오면 ‘아 괜찮구나’ 하고 넘겼죠. 근데 6개월 후 시야검사에서 조금씩 결손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정말 놀랐어요.
그때부터 안과에서 ‘목표 안압’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어요. 저는 원래 안압이 32였고, 그래서 목표는 15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었죠. 지금은 13~14 사이로 잘 유지되고 있고, 시야검사와 OCT 결과도 안정적이에요.
예전엔 무조건 수치만 보고 ‘정상이냐 아니냐’를 따졌는데, 지금은 “진행이 멈췄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안압은 ‘수단’이지, 목표는 ‘시신경 보호’라는 거죠.
마무리하며: 녹내장은 수치보다 방향이 중요합니다
지금 안압이 15라고 해도 ▶ 그것이 원래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결과인지, ▶ 혹은 아직 시야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중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져요.
녹내장은 조용히 시야를 조금씩 빼앗아가는 질환이라 겉으로 괜찮아 보여도, 속에서는 진행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과 전문의와 함께 정기적 추적 검사를 꼭 받으셔야 해요.
지금처럼 꾸준히 약 잘 넣고, 검진 받고, 가끔 스스로 돌아보면서 “내 눈 지금 괜찮은가?” 체크하면 녹내장도 ‘관리 가능한 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