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대로 먹다가 병원 침대에 누웠습니다
예전엔 뭐든 짭짤해야 맛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된장찌개는 짜야 했고, 김치찌개는 혀가 얼얼할 정도로 자극적이어야 했습니다. 반찬은 늘 장아찌와 젓갈 위주. 밥을 먹으면서 "짠 걸 먹어야 밥이 술술 넘어간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했죠.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고혈압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수치는 이미 정상 범위를 훌쩍 넘어 있었고, 의사는 단호했습니다. 지금 식습관 안 바꾸면 언젠가는 뇌혈관이 터질 수도 있다고요. 그때부터 저의 '생존을 위한 저염식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간을 줄이면 맛이 없어질 줄 알았습니다
처음엔 소금을 줄이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습니다. 무슨 음식을 해도 밍밍했고, 입안에 맴도는 심심한 맛에 금세 질려버렸습니다. "이래서야 밥을 어떻게 먹나" 싶었죠. 결국 몰래 간장 넣고, 된장 더 풀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길 반복했습니다.
그때 아내가 제게 말했습니다. “당신 입맛이 이상한 거야. 바꾸면 돼.” 믿기 힘들었지만, 아내는 직접 저염 레시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정말 별맛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며칠 지나니 점점 재료 고유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저염식의 시작이었죠.
‘자연의 맛’에 눈을 뜨다
간을 줄인다는 건 맛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을 되찾는 일이었습니다. 참기름 한 방울, 통깨 조금, 식초 한 스푼이면 충분했습니다. 깻잎무침도 소금 없이 들기름과 식초만으로도 새콤하고 고소했습니다. 호박볶음은 소금 없이도 달큰하게 익어갔고, 가지볶음은 들기름 향으로 풍성해졌습니다.
어느 순간, 입안 가득히 번지는 자연의 향미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자극적인 맛이 사라지니 음식의 깊이가 보였습니다. 이것이 진짜 맛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밖에서는 짜고, 집에서는 싱겁게
외식은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음식이 지나치게 짰고, 먹고 나면 입이 마르고 머리가 띵했습니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국은 가급적 피하고, 국물을 마시지 않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국을 끓일 때도 다시마, 무, 표고버섯 등 자연재료만으로 육수를 냈습니다.
가장 신기했던 건, 이렇게 먹기 시작하고 나서 혀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밖에서 짜게 먹으면 이제는 되려 거부감이 들고, 속도 더부룩했습니다. 저염식은 단지 식단이 아니라 몸 전체의 밸런스를 회복시키는 삶의 방식이 되어갔습니다.
몸이 먼저 알아차리기 시작했습니다
몇 달쯤 지나자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혈압 수치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얼굴이 덜 붓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가볍다는 걸 느꼈습니다. 화장실도 더 시원하게 다녀오게 되었고, 하루종일 몸이 덜 무거웠습니다. 담당 의사에게서 "약 줄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건강은 갑자기 오는 게 아니지만, 좋아지는 것도 분명히 느껴집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저염식이었습니다.
짜지 않아도 정말 맛있다 – 저만의 비법들
저염식이라고 맛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단지 익숙하지 않을 뿐이죠. 아래는 제가 자주 해먹는 저염 레시피입니다. 모든 요리는 소금을 거의 쓰지 않고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 된장찌개는 된장을 아주 조금만 쓰고, 무, 양파, 다시마만으로 깊은 맛을 냅니다.
- 나물류는 데친 뒤 간장 없이 들기름과 깨소금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감자조림은 진간장 한 스푼만으로 오래 졸여내 깊은 맛을 만듭니다.
- 샐러드는 소금 대신 유자청과 식초, 들기름을 섞어 드레싱을 직접 만듭니다.
이런 요리법을 통해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식사’가 가능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짜게 먹던 내 인생, 이제는 자연의 맛으로 산다
처음엔 고역이던 저염식이 이제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짜고 자극적인 음식은 이제 생각조차 하기 싫습니다. 입맛이 바뀌니 건강도 바뀌고, 삶의 질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직접 나를 살리기 위한 선택을 했다는 그 주체적인 자존감입니다. 입에 단 음식은 많지만, 몸에 좋은 음식은 드뭅니다. 짜게 먹던 인생을 내려놓고 건강한 삶을 선택한 지금, 저는 누구보다도 맛있게 잘 살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식탁, 짜게 드시고 있지는 않나요?
소금 한 스푼 줄이면 인생이 바뀝니다.
그걸 제가 직접 겪었습니다.
지금, 바로 오늘부터 저염식 한 끼로 바꿔보세요.
생각보다 더 맛있고, 훨씬 건강한 삶이 시작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