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롭지 않게 넘긴 첫 경고
“혈당이 조금 높네요.”
병원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코웃음쳤다.
설마 이 정도로 내 몸이 무너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의사는 식단과 운동을 말했지만, 나는 오늘도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땐 몰랐다. 내가 스스로 병을 키우고 있었다는 걸.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당뇨의 진짜 무서움
피곤하고, 자꾸 물을 찾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일상이 반복됐다.
그게 당뇨 초기 증상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피로는 삶의 일부인 줄 알았고, 갈증은 단순한 체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 몸속에선 이미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정상이라 믿었던 하루하루가 사실은 병의 신호였다.
상처 하나가 내게 알려준 진실
작은 발바닥 상처 하나가 낫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곪기만 했고, 붓고, 결국 병원에 실려갔다.
그제야 의사는 말했다.
“당뇨 때문에 회복이 느립니다. 혈액순환도 안 좋고요.”
그 말은 곧, ‘당신 몸이 이미 고장나기 시작했다’는 선언이었다.
눈이 흐려진 날, 삶도 흐려졌다
글자가 두 개로 보이고, 운전대가 흔들려 보였다.
당뇨망막병증. 망막에 출혈이 생기고 시력이 서서히 망가지는 병.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공포는 생각보다 더 깊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누렸던 일상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시작된 통증이 전신으로 퍼졌다
밤마다 손끝이 저리고 발바닥이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작은 통증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신경이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당뇨는 이렇게 조용히,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몸 전체를 망가뜨린다.
콩팥이 고장 나기까지 걸린 시간
소변에서 이상이 발견되었고, 단백뇨라는 생소한 단어를 처음 들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투석 가능성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고,
나는 점점 삶의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었다.
말 못 할 부끄러움도 찾아온다
부끄러워서 말 못 했지만, 성기능에도 문제가 생겼다.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인간다운 삶에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당뇨는 단지 당 수치 문제가 아니다.
삶의 질 자체를 무너뜨리는 병이다. 그 잔인함을 나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무너지는 건 몸만이 아니었다
무기력. 분노. 자괴감.
몸이 아프니 마음도 아팠다.
사람들과 멀어졌고, 가족에게도 짜증을 냈다.
당뇨는 어느새 내 인생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삶이 병드는 느낌이었다.
뒤늦은 반성과 싸움의 시작
결국 정신을 차리고 전문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루 세 번 식단을 체크하고, 걸을 수 있을 때마다 걷고, 약도 빼먹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기엔 늦었지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다.
조금씩 좋아지는 몸을 느끼며, 스스로를 다시 회복시키는 중이다.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이야기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당뇨를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초기에 잡지 않으면, 정말 모든 기관이 고장납니다.
눈, 신경, 콩팥, 심지어 당신의 마음까지.
내가 겪은 후회가 누군가에겐 경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혈당이 조금 높다고요? 그게 바로, 망가짐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