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피해 망상증, 당신의 뇌가 속삭이는 위험한 거짓말

아톰K 2025. 6. 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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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람이 적으로 느껴졌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아주 가까운 친구를 통해 ‘피해 망상증’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성격이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었고,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갈등 없이 잘 지내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말수가 줄고, 휴대폰을 자주 꺼두며 혼자만의 시간을 늘려갔습니다. 우리는 그저 그가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조심스레 제게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아. 지하철에서도, 집 근처에서도 계속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어. 그냥 기분 탓은 아니야. 무언가 날 감시하는 느낌이 들어."
그 순간 저는 속으로 '좀 예민해진 것 같네'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표정은 평소와 전혀 달랐습니다. 눈빛은 불안했고, 손은 떨리고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의심의 대상이 되다

시간은 갈수록 친구의 망상은 더 구체적이고 강해졌습니다.
"회사에서 팀장이 나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인터넷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이상한 게시글이 나올 거야."
"우리 집 주변에서 누군가 내 휴대폰 신호를 추적하고 있는 것 같아."
그가 믿는 것들은 점점 현실과 멀어졌고, 저조차 의심 대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과 진단, 그리고 ‘피해 망상증’이라는 낯선 단어

친구는 결국 가족의 설득 끝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게 되었고, ‘피해 망상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조현병 초기일 수 있다는 말에 친구는 충격을 받았고 처음엔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내가 미친 거야? 말도 안 돼. 나 너무 또렷한데?"라며 반발했지만, 점점 스스로도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치료는 생각보다 느리고 고되다

치료는 항정신병 약물과 인지행동치료, 그리고 심리 상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처음엔 약 부작용으로 힘들어했지만, 가족의 지지와 의료진의 도움으로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증상이 반복되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서서히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완치는 어렵지만 회복은 가능하다

지금 그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직업훈련도 받으며 일상에 복귀 중입니다.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불안이 올라올 때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공감과 인정이 회복의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피해 망상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정신질환은 특정한 사람만 걸리는 게 아닙니다. 외로움, 극심한 스트레스, 혹은 약물과 뇌 기능 문제로 인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깊은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비난이 아니라 이해와 연대

피해 망상증은 단순한 ‘생각’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오류이며, 환자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왜 그런 생각을 해?’가 아니라 ‘많이 힘들었겠구나’입니다. 공감과 이해가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마무리하며 – 혼자 감당하지 마세요

혹시 지금 당신이 또는 당신 주변의 누군가가 비슷한 불안과 의심에 시달리고 있다면, 꼭 기억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는 당신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피해 망상증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고, 당신은 회복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구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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